좋게 나쁘게 좋게
별일 없으시죠
없음이 안녕이 되는 날이에요
...
안부를 묻는 일. 후- 하고 숨을 불어 넣으니 휴- 하고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시간. 우리에겐 이렇게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순간이 필요하다. 이 시집의 지은이는 그렇게 제 자리에서 만나는, 혹은 지나치는 모든 이들에게 후- 하고 휴-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기분으로 하루를 지나가는 우리에게도 한 숨을 건네주는 시, 스물 네 편이 여기 들어 있다.
지은이 소개
김주련
1963년 12월 생
천천히 정성을 들여 시를 쓰고 싶고
천천히 친해지고 싶은 사람.
추천의 말
... 맨처음 김주련이 시를 배우러 나를 찾아왔다. 우린 아직 친구는 아니다. 친구가 천천히 천천히 되어가고 싶은 사람이다. 김주련이 써온 시를 읽어왔기 때문에 나는 김주련을 좋아한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시를 읽고 쓰며 살아온 내가 내내 기다려왔던 시의 씨앗들이 그녀의 시에는 가득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 씨앗들을 어떻게든 건사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 가득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신앙과 시는 등을 맞대고 있어서, 관점에 따라, 서로 배척하는 것처럼도 보이고 서로 의지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는 신앙과 철천지 원수처럼도 보이고 같은 사람의 오른발과 왼발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김주련의 시는 후자다. 신앙과 시, 그 둘은 김주련의 시 속에서 치우침 없이 좋은 균형을 갖춘다. 김주련이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중요한 이유다. 김주련이 시를 쓰는 걸 2년 가까이 지켜보다, 나는 김주련에게 시집을 만들자고 재촉했다. 신앙과 시가 원래 이런 관계였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해서다. - 김소연(시인)